[생활예술동아리] "생활 속에 예술을 꽃 피우다."

생활예술동아리

스피드 스케이팅 페이스 배분이 갈리는 지점과 조건

  • 임도윤
  • 공예
  • 활동지역 : 소공동
  • 26-09-20

본문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페이스 배분은 단순히 처음부터 끝까지 고르게 달리는 문제가 아니다. 같은 기록으로 들어와도 어디서 힘을 쓰고 어디서 아꼈는지에 따라 마지막 바퀴의 몸 상태가 전혀 달라진다. 이 글은 왜 선수마다 레이스 운영이 다르게 보이는지, 그 판단 기준과 대가를 원리 중심으로 짚는다.

 

처음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할 순서

경기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기록보다 먼저 랩 타임, 즉 바퀴마다의 구간 기록을 보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낫다. 첫 바퀴에서 지나치게 빠르면 후반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랩 타임 그래프가 그대로 드러낸다. 이때 알아 둘 용어가 네거티브 스플릿이다. 후반 바퀴를 전반보다 빠르게 도는 운영을 뜻하며, 반대로 초반에 몰아치고 후반에 처지는 것은 포지티브 스플릿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초반 랩이 눈에 띄게 빠르고 마지막 랩이 크게 늘어지는 장면이라면, 그 선수는 초반의 이득을 후반의 손실로 갚고 있는 셈이다. 순서는 랩 타임, 스케이트 날이 빙면에 닿는 각도, 마지막 직선에서의 상체 높이 순으로 따라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지금의 운영 방식이 자리 잡은 구조적 이유

과거에는 초반부터 전력으로 밀어붙이는 운영이 흔했다. 조 편성과 레인 배정이 기록 순으로 정해지면서, 상대와의 거리 차를 의식한 경쟁형 레이스가 판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록을 겨루는 방식이 정착하고 계측 장비가 정교해지면서, 상대가 아니라 자기 랩 타임을 관리하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 갔다. 여기서 생기는 변화는 분명하다. 초반에 이득을 보는 운영은 심리적 안정과 초반 위치 선점을 얻는 대신 후반의 산소 부채를 그대로 안고 간다. 반대로 후반을 노리는 운영은 마지막 바퀴의 폭발력을 얻는 대신, 초반에 벌어진 간격을 남은 거리에서 되돌려야 하는 부담을 진다. 어느 쪽이든 공짜는 없다. 이런 흐름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환경 변수가 바꾸는 기술 선택

실내 빙질과 실외 빙질은 같은 선수에게 다른 답을 요구한다. 링크의 얼음이 단단하고 미끄러우면 추진력이 잘 전달되어 한 번의 스트로크로 얻는 가속이 커지지만, 그만큼 균형이 흔들리기 쉬워 상체를 낮게 유지하는 부담이 커진다. 반대로 얼음이 무르면 날이 파고들어 미는 힘은 잘 받지만 마찰이 늘어 같은 힘으로 얻는 속도가 줄어든다. 예를 들어 추운 실외 링크에서 바람까지 맞는 상황이라면, 초반에 속도를 올리려 애쓰기보다 스트로크 길이를 늘려 저항을 덜 받는 쪽이 유리할 수 있다. 장비도 마찬가지다. 날의 곡률이나 부츠 강성은 선수의 체중과 스트로크 습관에 맞춰 조정되며, 이 설정이 바뀌면 같은 페이스 배분도 체감 부담이 달라진다.

 

초보와 숙련자가 다르게 보는 장면

처음 보는 사람은 마지막 직선의 전력 질주에 시선을 빼앗긴다. 반면 오래 본 사람은 두 번째 바퀴에서 이미 승부의 윤곽을 읽는다. 그 지점에서 스트로크 리듬이 미세하게 흐트러지는지, 코너 진입 때 몸을 기울이는 각도가 유지되는지를 보기 때문이다.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초보는 결과를 만드는 장면을 보고, 숙련자는 결과가 결정되는 조건을 본다. 예를 들어 후반에 치고 나오는 선수라도 두 번째 바퀴에서 리듬이 무너졌다면 그 가속은 일시적 반등일 가능성이 크다. 다음 경기 일정과 조 편성은 https://sportsrank.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헷갈리기 쉬운 규칙과 용어

가장 자주 혼동되는 것이 레인 교대와 조 편성이다. 두 선수가 각각 안쪽과 바깥쪽 레인에서 출발해 일정 구간마다 레인을 바꾸는데, 이 교대는 서로의 거리를 공정하게 맞추기 위한 장치다. 여기서 파생되는 오해가 있다. 바깥 레인에서 출발한 선수가 손해라는 인식인데, 실제로는 안쪽 레인의 곡률 부담과 바깥 레인의 이동 거리 부담이 서로 상쇄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규칙은 페이스 배분에도 영향을 준다. 교대 지점을 앞두고 속도를 조절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교대 직후를 승부처로 삼는 선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자기 레인의 특성을 미리 계산에 넣었는지가 관건이다.

 

널리 퍼진 통념과 따져야 할 조건

흔한 믿음 하나는 "초반에 앞서면 심리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믿음이 퍼진 이유는 앞선 선수가 주도권을 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선다는 사실 자체는 이득이 아니라 비용이다. 초반에 속도를 내는 데 쓴 힘은 후반에 그대로 청구서로 돌아온다. 따져야 할 조건은 명확하다. 상대와의 간격이 좁고 남은 거리가 짧다면 초반 리드는 값어치를 하지만, 간격이 벌어져 있고 거리가 길다면 그 리드는 부채에 가깝다. 또 하나의 통념은 "고르게 뛰는 것이 항상 정답"이라는 것이다. 균등 배분은 체력 소모를 예측하기 쉽게 만들어 주지만, 빙질이 무르거나 바람이 강한 날에는 균등한 리듬이 오히려 후반에 무너지는 원인이 된다. 결국 페이스 배분은 절대적인 정답이 아니라, 그날의 얼음과 자기 몸 상태에 맞춰 다시 계산해야 하는 값이다.

 

페이스 배분을 읽는 능력은 기록을 외우는 데서 오지 않는다. 어느 지점에서 힘이 새는지, 그 새는 힘이 나중에 어떤 대가로 청구되는지를 반복해서 관찰할 때 비로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