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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 美도착하던 동남아産 나이키신발, 이젠 80일 걸려
- 정은지
- 2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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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산업 공급망 비상코로나 큰피해 입은 동남아공장가동률 저하로 연쇄파장물류비용 1년새 3배로 치솟아아시아 최대 전력공급국 中올림픽 앞두고 탄소규제 나서호주와 갈등 석탄 수입도 차질업계 "부품 공급 대외 변수엔선제적 위기 관리만이 살길"◆ 전세계 공급망 복합위기 ◆26일(현지시간) 영국 하트퍼드셔주의 헤멀헴프스테드에 있는 BP 주유소 앞에 `기름 없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현재 영국에서는 기름을 주유소로 실어나를 트럭 운전사가 부족해 유류 대란이 발생했다. [로이터 = 연합뉴스] 나이키는 최근 아시아 지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북미 지역으로 가져오는 데 무려 80일이 걸린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에 불어닥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물류 운송에 소요되는 시간도 2배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국내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이미 계약한 신차를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아우성"이라면서 "부품 구매팀이 백방으로 뛰며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려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가뜩이나 이들 부품을 해외에서 들여오기 위해 소요되는 물류비까지 최근 크게 올라 걱정이 많다"며 "부품 공급에 이어 물류까지 한마디로 설상가상"이라고 덧붙였다.코로나19 변이가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 확산되면서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과 주요 소비재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급등한 물류비는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의 이동을 더욱 늦추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베트남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서 한때 스마트폰 공급에 상당한 차질을 빚기도 했다. 중국의 전력 공급난도 문제를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아시아 최대 전력 공급국인 중국은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겨냥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대폭 낮추기로 하면서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을 규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외교적 갈등까지 더해져 희토류 등 중국 자원의 대미 수출 제한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전 세계 산업 공급망 위기는 향후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일단 해외에서 부품을 받아 완제품을 생산해야 할 국내 산업계는 공장 가동 중단과 재개를 잇달아 반복하는 등 타격을 입고 있다. 다른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재정비로 반도체 등 부품 수급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외변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등 위기 관리를 시작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동남아 상황은 아직 호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베트남 정부가 봉쇄 조치의 단계적 해제를 시사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가동 정상화를 위해 힘쓰고 있지만 현지에 동반 진출한 부품 공장의 가동률 저하가 이어질 경우 정상화에 시일이 더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가전제품 성수기인 올 4분기 판매에 차질을 줄 수도 있다.세계적인 물류 대란도 지난해부터 지속돼 최근까지도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 후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자 물동량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는 컨테이너선 운임의 급등으로 이어졌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화물을 실어나를 선박과 컨테이너를 구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장기운송계약 비중이 높아 최근 운임 등락에 영향을 덜 받고, 자금력도 뒷받침돼 항공 운송 등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정해진 고객사 납기를 맞추지 못할까봐 전전긍긍이다.아시아에서 출발하는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4일 4643.79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5월 14일(3343.34) 이후 20주 연속 상승이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 말(1443.54)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올랐다. 물론 해운 업계는 전통적인 성수기인 3분기에 최고점을 찍고 연말부터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지만 운임이 안정된다고 해도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 물류 업체 관계자는 "대미 수출기업들은 웃돈을 주더라도 선박을 구하려고 하지만 수요 경쟁이 워낙 치열해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항공 운송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지만 이쪽 운임도 최근 많이 상승해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최근에는 중국 화주들이 높은 운임을 주고 선박을 입도선매하는 현상까지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이 중국에서 비싼 운임을 지불하는 중국 기업들의 화물을 가득 실은 뒤 부산항을 아예 건너뛰고 목적지로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중국 화주들은 국내보다 2.5배 이상 운임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수출을 주력으로 삼는 섬유·원단 업체들도 원가 상승과 물류난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다. 유럽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한 원단 업체는 물류 대란으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통한 철도 운송까지 알아봤지만 최근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포기하고 다시 배편을 기다리고 있다. TSR는 부산항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보스토치니항까지 배로 간 후 시베리아철도를 이용해 유럽으로 가는 방식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해운 운임이 치솟아 우회 수단으로 TSR를 알아봤지만 시간과 비용을 따져보니 배편에 비해 크게 유리한 조건이 아니었다"며 "하릴없이 해상 운송으로 다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최근 자국 내 반도체 공급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선 미국처럼 한국 정부 역시 산업계 공급망을 재점검하고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반도체의 경우 연구개발과 시설에 대한 투자가 핵심인 만큼 대기업의 연구개발 시설 투자액 대비 0~2% 수준인 현재의 세액공제 비율을 미국이나 유럽처럼 30~40%로 대폭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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