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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가상자산시장의 '자율 규제'

  • 정은지
  • 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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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암호화폐) '업권법' 제정 논의가 개문발차(開門發車)했다. 신중한 입장을 취하던 금융위원회도 법 제정 찬성 입장으로 정리됐다. 규제 논의에 참여해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큰 흐름에 이견은 없다. 형식은 '법'이지만 금융위와 복수의 가상자산 거래소, 수십개의 관련 협회들은 일제히 '자율 규제' 방식을 외친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틀을 참고한다. 발행, 상장, 유통, 공시, 불공정거래 등 단계 유형별로 주식과 코인의 교집합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세부 관리감독권을 협회에 넘기고 '자율 규제'라는 이름을 붙였다. 협회가 말하는 '자율 규제'는 거래소 인허가와 관리감독, 코인 발행(ICO)와 공시 등 '돈'과 관련한 모든 권한에 집중된다. '자율 규제' 권한만 챙기면 앞길이 탄탄대로다. 금융권역 협회도 '자율 규제' 명분 속 금융당국의 권한 위탁으로 입지를 다졌다. 그렇기에 가상자산 관련 협회가 꾸는 꿈은 달콤하다. 하지만 실제 뜯어보면 동네 시장판이 따로 없다. 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진흥협회, 오픈블록체인협회, 가상자산거래소협회, 디지털자산협회 등 비슷한 이름의 협회만 10개가 넘는다. 가상자산 거래소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기반 회사, 코인 발행사, 보관회사 등등 여러 벤처·스타트업이 뒤섞여 있다. 가상자산 대표성을 갖는 단체로 불릴 만한 곳이 없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자율 규제는 어불성설이다. 정작 사업자 신고수리로 제도권에 속속 편입중인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눈치보느라 말도 못한다. 2021년 가상자산 광풍 속 가상자산 거래소의 고민거리를 말해준 협회는 없다. '자칭' 협회들은 거래소나 업계보다 자기 조직 살리는데 전념한다. 은행 실명 계좌 확인, 트래블룰 등도 4대 거래소가 '자율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게 자율 규제의 첫 시작이었던 셈이다. 이름만 그럴싸한 협회 대신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자율 기구가 필요하다. 그래야 금융당국이 자율 규제를 위탁할 수 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단체는 자율 규제 기구가 아닌 이익 단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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